[서정민갑의 레드카드⑧]새로운 음악 운동을 향한 디딤돌, 콘서트 동행

웹진룰루랄라/칼럼~칼넘 2013/05/14 16:09

 

[서정민갑의 레드카드]

새로운 음악 운동을 향한 디딤돌, 콘서트 동행

 

 

콘서트 동행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에 시작한 콘서트 동행은 동행 재단의 후원으로 시작된 콘서트로서 대중음악으로 진보적인 가치를 담아내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담긴 콘서트이다. 매달 한 번씩 서울 홍익대학교 앞의 라이브 클럽에서 진행되는 콘서트 동행에는 그동안 민중가요 진영에 일어난 변화와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민중가요는 최소한 대학 사회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대학 내에 존재했던 노래패와 대학 인근에 존재했던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리고 대학 내외부의 진보적인 문화로 인해 융성할 수 있었던 민중가요는 노동조합 활동이 활발했던 노동현장에서도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민중가요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운동권들의 하위 문화로서 그들의 신념을 다지는 이데올로기적 기제였으며, 대중들과 진보적 이념을 공유하는 수단이었고, 진보적인 음악 창작 행위였으며, 광범위한 아마추어 음악 문화이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한총련을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이 궤멸하고, IMF 이후 노동운동 역시 신자유주의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게 된 이후 민중가요는 더 이상 조직적인 운동에 의해 향유되거나 재생산되지 못하게 되었다. 민중가요 뮤지션들은 개별화되었고 민중가요의 장르 양식과 메시지, 향유 방식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반 노래패 우리나라와 윤민석에 대한 대중적인 반향은 반미 통일 운동의 활성화와 인터넷 기반으로 이동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한시적인 현상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민중가요 뮤지션들이 있고 홍대 앞 라이브 클럽과 카페로 활동 공간을 넓힌 이들도 있지만 다수의 민중가요 뮤지션들의 활동 반경은 예전에 비해 매우 좁아진 상황이다.

그리고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시민 사회에서 비중과 영향력이 커진 네티즌과 시민들의 등장과 맞물려 저항 문화가 문화행동 중심으로 바뀌면서 저항의 현장에서 민중가요 뮤지션들만큼 비주류 인디 뮤지션들의 결합이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시민사회 운동 조직과 386 세대에게는 비주류 인디 뮤지션의 음악은 낯설고 역으로 20대와 일반인들에게 왕년의 민중가요 뮤지션들 역시 낯설다. 콘서트 동행이 동행하고자 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과거의 민중가요 세대와 현재의 대중음악 세대, 오랜 경력의 민중가요 뮤지션과 현재의 진보적 인디 음악 뮤지션들을 동행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콘서트 동행에서는 꽃다지, 연영석, 손병휘, 문진오, 윤선애, 김의철, 백자, 정윤경, 시와 등이 함께 공연을 펼쳤다. 백자와 연영석의 공연에는 회기동 단편선이 함께 했고, 정윤경의 공연은 시와가 함께 했다. 한 달에 한 번 2회에 걸쳐 열리는 공연에는 시민단체 활동가와 장기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초대되었고, 386 세대와 청년 세대들이 함께 했으며 홍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공연이 의도만큼 충실하고 밀도 높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그동안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등에서 꾸준히 라이브 활동을 벌여온 이들과 그렇지 못했던 이들 사이의 편차는 결코 적지 않았다. 출연한 뮤지션들 역시 진보적 음악의 현재를 보여주면서 다양하게 펼쳐지는 창작 활동과 음악 운동을 서로 교류시키고 더 알리면서 동행하려는 의도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민사회운동과 노동운동 활동가들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음악을 대하는 관점, 그동안 활동해온 공간과 방식의 차이, 뮤지션의 음악적 에너지의 차이, 시민사회운동과 문화운동의 변화 같은 것들이 쉽게 극복되고 금세 동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콘서트 동행은 더욱 소중하다. 아티스트들의 개별적 활동이 운동의 대부분이고 진보적 음악운동 역시 개별화되고 있는 상황이 쉽게 극복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동행하기 위해서는 만나야 하고, 들어야 하고, 이야기 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콘서트가 새로운 운동을 만들지는 못한다 해도 디딤돌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튼실한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바로 이번 주 5월 18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리는 콘서트 동행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출연진은 노래하는 꿈틀이들, 손병휘, 아카시아, 허클베리 핀. 문의 02-561-4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