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M현장&기획
[초점] 시대의 메시지를 함께 노래하려 ‘동행’하다
권석정 | @moribe2
승인 2013-03-14 20:04:19

“단지 과거의 민중음악을 되살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콘서트 ‘동행’을 통해서 이 시대의 목소리를 내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꾸준히 조명해보자는 것이지요. 우리가 하루 24시간 동안 사랑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먹고, 일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분노하는데, 세상엔 온통 사랑노래뿐이고 유독 사회를 고민하는 노래들이 널리 들려지지 못 하는 것이 아쉬워요. 과거 80년대에 민중음악을 통해 사회 민주화에 기여했던 뮤지션들과 최근 용산참사, 두리반 투쟁에서 노래했던 신진뮤지션들이 이 공연을 통해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동행’이라는 제목처럼 말이에요.”

콘서트 ‘동행’의 취지를 설명하는 이광호 음악감독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설명이 쉽지 않기 때문.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릴레이 콘서트 ‘동행’에는 꽃다지, 연영석, 손병휘, 윤선애, 문진오, 김의철과 같은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가사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뮤지션들로서 흔히 ‘저항가수’ 또는 ‘민중가수’라 불린다. 민중음악이라 하면 캠퍼스에서 배우는 ‘바위처럼’을 비롯해 노동, 집회 현장에서 불려지는 ‘철의 노동자’, ‘광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이 386세대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이광호 음악감독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민중음악, 프로테스트 음악이 단지 ‘운동권’ 노래로 분류되거나 추억의 음악으로만 비쳐질까봐서다.

“민중음악을 한다고 하면 흔히 운동적 성격을 지닌 음악으로 생각하곤 해요. 그런데 민중음악 계열 뿐 아니라 일반적인 뮤지션들도 진정성을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마련이죠. 삶에 대해 솔직해지면 나오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콘서트 ‘동행’은 여러 사회사업을 해온 동행재단에서 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80년대 민주화에 기여한 민중음악인들이 지속적으로 자기 음악을 해나가기 힘든 어려움을 타개해보고자 하는 취지로 출발했다. 이쪽 진영의 음악인들로는 노찾사, 꽃다지, 우리나라, 천지인 등이 유명하다. 민중음악이라고 하면 통기타를 든 ‘노래패’를 쉽게 떠올리지만 이스크라, 메이데이와 같은 헤비메탈 밴드도 있었다. ‘동행’을 연출한 이광호 음악감독은 천지인의 매니저로 활동했으며 96년~98년에 열린 음악 페스티벌 ‘자유’를 기획했다.

민중음악은 80년대 대학생들에겐 익숙한 문화였지만 최근 학생들에게는 낯설다. 최근 대학가에 노래패 동아리가 점점 사라지면서 향유 층이 확산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 상업음악과 거리가 먼 탓에 음원시장에서도 찬밥이다. 이광호 음악감독은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까지는 대형 레코드사에서 민중음악 음반을 매장에 깔았다. 하지만 음원시대로 넘어오면서 민중음악은 대중에게 들려질 기회가 더 적어졌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민중음악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새 음악을 제작하고 있다.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노동가요를 알린 국내의 대표적인 민중가요 집단 꽃다지는 재작년에 12년만의 새 앨범 <노래의 꿈>을 발표하기도 했다. 꽃다지의 민정연 대표는 “음반을 받아들고 벅차기보다는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아오며 눈물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병휘는 작년 말에 정규 5집 <너에게 가는 길>을 발표했다. 역시 현장을 중심으로 노래하는 ‘문화노동자’ 연영석, 노래그룹 우리나라 음악감독과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백자는 홍대 라이브클럽 등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민중음악인들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발표하지만, 기존 팬들인 386세대들은 과거의 향수에 머물러 있다. 민정연 대표는 “민중음악인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발표할만한 무대가 부족하다. 집회장에서는 신곡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연영석, 백자, 회기동 단편선© 동행

연중기획으로 열리는 ‘동행’은 앞으로 새 앨범을 발표하는 민중음악인들에게 무대를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인디음악인들과의 합동무대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달 16일에 홍대 라이브클럽 롤링홀에서 열리는 ‘동행’의 세 번째 무대에는 연영석, 백자, 회기동 단편선이 출연한다. 회기동 단편선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일환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식당 두리반을 비롯한 여러 현장에서 노래해왔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새로 나서는 길’이다. ‘동행’ 측은 “새 봄을 맞이해 신입생이 되는 이들도 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마냥 새로운 길에 축하만 해줄 수 있는 사회적 현실이 아니다. 고액의 등록금도 신입생들에게는 새로운 고난의 길이 될 수도 있고 사회에 발을 내딛지만 청년실업이라는 난관부터 만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콘서트 ‘동행’은 이들의 고민을 음악으로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어려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내려 한다”고 전했다.

콘서트 동행은 소셜펀딩 사이트 ‘굿펀딩’을 통해 콘서트 재원의 일부를 마련한다. 민정연 꽃다지 대표, 나도원·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 《한겨레》 기자 등이 자문위원으로 힘을 보탠다. 민정연 대표는 “‘동행’을 통해 이 시대를 노래하는 신구 뮤지션들이 교류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니온프레스=권석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