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박경현 샘교육복지연구소 소장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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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저녁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2179번지 3층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함께여는청소년학교가 성남, 잠실, 금천, 군포, 시흥… 등의 지역아동센터, 방과후공부방들과 함께 교사학교를 연 것이다.
나는 서울사람이다. 그런데 성남에 친한 친구들이 있어 자주 가고 씨드스쿨 일로도 가고 그러다가 학교사회복지사업 조례 때문에 더 깊이 관여하고 교육복지사업이 생기면서 더 자주 가게 되어 반은 성남사람이 되어가던 참이다.
수진역 근방의 성남동은 성일중, 동광(여)중 등 학교들이 산꼭대기에 5개인가 모여있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서 출퇴근길에는 좁은 길에 차들이랑 등교하는 아이들이랑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동네이다. 길가엔 요런조런 재미난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서 주머니가 근질근질하지만 어떤 길은 밤에 더 휘황찬란하고 붐비는 모텔과 술집들이 즐비하다.
함께여는청소년학교는 이 근방에 사는 중학교 아이들의 방과후공부방이다. 이우학교 부설인 함께여는교육연구소가 운영하고 삼성꿈장학재단 등이 돕고 있다. 2층에 터를 잡았는데 이번에 어찌어찌하여 3층에 공간이 나서 이렇게 이 일을 벌이게 되었단다. 안에는 탁자와 의자가 있는 공간도 있고 부엌도 있지만 바닥이 덥혀지는 넓은 공간도 있다.
개소식 장면
오래 전부터 지역아동센터는 꼭 가난이 싫고 못나고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하든 말든, 그래, 가난한데, 가난한 동네의 아이들과 부대끼며 돌보고 가르치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부방들이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복지정책이 늘어나고 기업들의 홍보를 겸한 사회공헌도 늘어나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시기와 맞물려 지역아동센터 역시 크게 늘어났고 정부의 쥐꼬리만한 지원금(늘어났다고는 하지만)과 엄청난 지도감독을 받게 되었다. 그 가운데에서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들도 이런 저런 영향을 받고 흔들리고 있다.
운영자가 사업과 돈을 얻어내기 위해 운영하는 곳도 있고 (아이들을 볼모로 삼아)
정부나 기업의 돈을 지혜롭게 잘 끌어다 쓰는 곳도 있다.
그런데 어디든 선생님들의 자질과 역량은 가장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다.
80년대에는 어떤 비장한 빈곤에 대한 투쟁의식과 시대와 상황을 깨치고 일어선다는 의지,
가난한 아이들과 엄마들에 대한 사랑에서 대학생들이 무료로 방과후공부방 선생님들을 많이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저 좋지도 않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은 그냥 그런 젊은이들의 일자리 중 하나가 되어가는 듯 하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깊이 고민하거나 공부하기 귀찮아 하는 분위기도 많고
이직률도 높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신나게, 힘차게 할 수 있을까? …
그래서 이번에 깨어있는 교사, 능력이 있는 교사들과
함께 꿈꾸고 일하기 위해 교사학교라는 형식의 네트워크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어디에 기대고 바라보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 움직이기로 했다.
이런 꿈은 (재)마음동행의 한석원 선생님의 지정기탁금으로 현실화될 수 있었다.
개소식에 모인 분들의 면면을 보니 포스가 대단하다. 아는 분들도 많아서 반가웠다.
이 일에 나도 끼기로 했다. 배울 것이 많겠다. 다시 꿈꿀 것이 생겼다. 기대된다.